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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지코지 해안

섭지코지 해안(지도)은 제주도 서귀포시 동쪽 해안에서 바다로 뾰족하게 뻗은 반도입니다. 마름모 모양의 곶은 성산일출봉 바로 남쪽에 위치해 있어, 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을 가장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섭지코지는 일출봉 전망 외에도 자체적인 볼거리가 많습니다. 화산 절벽, 붉은 토양의 오름, 탁 트인 초지가 풍경을 이룹니다. 등대, 봉수대, 현대적인 리조트 단지가 자연 경관에 인간의 손길을 더합니다. 들판에서 말을 방목하는 모습이 간혹 보이는데, 곶의 농촌적 과거를 떠올리게 합니다.

지리

‘섭지코지’라는 이름은 제주 방언에서 왔습니다. ‘섭지’는 ‘좁은 땅’, ‘코지’는 ‘곶(바다 쪽으로突한 지형)’을 뜻합니다. 붉은 스코리아 토양, 울퉁불퉁한 해안선, 거친 절벽 등에서 화산 기원의 흔적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섭지코지는 한때 독립된 섬이었으나, 세월이 흐르며 모래톱이 형성되어 제주 본섬과 이어졌습니다. 바람·파도·용암이 만든 지층을 야외에서 그대로 보여주는 ‘지질 박물관’처럼 자주 비유되며, 썰물 때면 바위 지형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 자연 조각공원을 연상시킵니다.

주요 지점

섭지코지 해안의 대표 지점을 차례로 둘러봅니다.

선돌바위

‘Standing Rock’으로도 알려진 선돌바위(지도)는 섭지코지 남동쪽 바다에 홀로 솟은 화산성 암맥으로, 수면 위로 약 10미터쯤 우뚝 올라 있습니다.

선돌바위는 붉은오름 화산체의 분화구 통로를 메웠던 마그마가 굳어 형성된 것으로, 주변의 상대적으로 연한 지층이 침식되면서 기둥만 남았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용왕의 막내아들이 하늘의 선녀와 혼인하기를 기다리다 돌로 변해 버렸다고 합니다.

바위와 인접한 해안은 썰물 때 가장 잘 보이며, 섭지코지 해안 산책로에서 바로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붉은오름 화산체

섭지코지 해안은 붉은(‘Bulgeun’) 오름 화산체 위에 자리합니다. 현재는 초지로 덮여 있으나, 형성 당시에는 스트롬볼리식 분출로 만들어졌고,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이면서 가장자리의 붉은 스코리아와 절단면이 드러났습니다.

짧은 오르막을 오르면 정상에 도달하며, 그곳에는 항해 표지 역할을 하는 섭지코지 등대가 있습니다. 이곳은 성산일출봉, 바깥 물결, 주변 제주 해안을 한눈에 조망하는 전망대이기도 합니다.

섭지코지 등대

붉은오름 화산체의 끝자락 동쪽 해안에 자리한 섭지코지 등대(지도)는 현재도 운용 중인 연안 등대입니다. 팔각형의 흰색 콘크리트 탑으로 4초마다 섬광을 내어, 해안의 암초 지대를 지나는 선박에 경고를 보냅니다.

해안 산책로에서 계단 길을 통해 등대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등대 내부를 오를 수는 없지만, 기단부에서 내려다보는 해안 풍경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 등대는 2019년 4월 해양수산부가 ‘이달의 등대’로 선정했으며, 현지에서는 ‘소원등대’라는 별칭으로도 불립니다.

봉수대

등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조선 시대의 석조 봉수대(협자연대로도 알려짐)가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높이 약 4미터, 지름 약 9미터 규모입니다.

이 봉수대는 해안에 늘어선 봉수망의 일부로, 불빛과 연기를 이용해 장거리로 신호를 전달하여 왜구 침입이나 비상 상황을 지역 주민과 군사에 알렸습니다. 섭지코지 봉수는 북쪽으로 오소포·성산, 서쪽으로 말등포와 교신했습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

섭지코지로 향하는 목 부분에 자리한 아쿠아플라넷 제주(지도)는 2012년에 문을 열었으며, 총 약 1만 800톤의 해수를 보유합니다. 메인 수조 ‘Sea of Jeju’는 약 530만 리터 규모로, 약 500종·4만8천 마리의 해양 생물을 수용합니다.

전시는 아쿠아리움(냉·온대 수역과 터널형 관람), 해양과학관, 오션 아레나의 세 구역으로 나뉩니다. 오션 아레나에서는 하이 다이빙과 제주 해녀 이야기를 결합한 라이브 ‘아쿠바틱’ 공연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전시 생물은 수시로 바뀌지만, 보통 대형 샌드타이거샤크와 가오리, 대규모 어군을 볼 수 있으며, 펭귄·수달·산호어 등 소형관도 운영합니다.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해안에서 북쪽으로 약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성산일출봉이 있습니다. 이 유네스코 등재 응회구는 높이 182미터로, 5,000~6,700년 전 얕은 바다에서 일어난 수성마그마 폭발로 형성되었습니다.

본래 바다 위 섬이었으나, 이후 해안 사주가 자라나 제주 본섬과 연결되었습니다. 분화구 둘레는 지름 약 600미터의 그릇 모양을 이룹니다.

성산일출봉은 2000년에 대한민국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세계자연유산, 2010년 세계지질공원에 포함되었습니다.

입장권을 구입하면 등정이 가능하며, 정상까지는 석계단과 목재 데크로 이어진 길을 따라 약 20~30분 정도 오릅니다. 정상에서는 분화구 내부, 우도, 한라산, 제주 동해안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섭지코지의 말

섭지코지를 걷다 보면 제주마를 여러 마리 만날 수 있습니다. 곶의 넓은 초지는 관리된 방목지로 활용되며, 인근 ‘스틸플라워 승마장’에서는 제주말을 이용한 해안 기승 체험을 운영합니다.

이 말은 제주 토종 품종으로, 1986년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되어 원산지에서 혈통 보존과 복원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주마는 작고 다부지며, 다소 네모진 체형과 두꺼운 목, 추위에 강한 체질, 대개 편자를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단단한 발굽을 지녔습니다. 화산암 지대에서 오랜 세월 밭일과 운반에 쓰였습니다.

기계화와 교잡으로 순혈 개체가 줄어든 뒤에는 혈통 등록과 제주경마공원의 보존 경주 등을 통해 개체 수가 안정화되었습니다.

제주는 ‘말산업특구’로 지정되어 있어, 도 전역에서 승마 프로그램과 기승 체험을 적극 육성하고 있습니다.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지도)는 섭지코지 곶 전역에 걸친 리조트 단지로, A·B·C 세 동의 콘도미니엄과 힐리우스 빌라 구역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중 이용 가능한 실·야외 수영장, 사우나, 트리트먼트 스파가 있으며, 가족 여행객을 위한 키즈 플레이 라운지와 게임존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 글라스하우스, 아고라 등 문화시설과 해안 산책로도 리조트 영역에 포함됩니다.

글라스하우스

글라스하우스(지도)는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콘크리트·유리 구조의 캔틸레버 건물로, 섭지코지 북동 사면 위에 걸쳐 있습니다.

현재는 방문자 파빌리온으로 운영되며, 레스토랑(민트)과 카페, 이벤트·갤러리 공간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섭지코지 전역과 성산일출봉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습니다.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지도)은 섭지코지 북서 쪽에 위치하며, 덴마크 JAC 스튜디오가 큐레이션한 아르누보 유리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건물은 2017년에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했습니다.

소장품은 19세기 말~20세기 초 프랑스 유리를 중심으로, 에밀 갈레와 돔 형제 등의 대표작을 포함합니다. 다국어 브로슈어와 정시 가이드 투어를 제공합니다.

계절별 하이라이트

  • 봄: 노란 유채꽃이 들판을 가득 메워 붉은 화산 토양과 푸른 바다와 강렬한 대비를 이룹니다. 사진가와 자연 애호가가 특히 많이 찾는 계절입니다.
  • 여름: 맑은 하늘과 햇빛이 절벽, 바다, 초목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합니다. 해안 산책로를 걷고 바닷바람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 가을: 억새 물결이 바람에 흔들리며 풍경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합니다. 짙은 푸른 바다와 금빛 억새의 대비가 아름답습니다.
  • 겨울: 고요하고 절제된 매력이 돋보입니다. 거친 파도와 맑은 공기 속에서 절벽과 등대의 윤곽이 더욱 또렷해집니다.

문화적 의의

섭지코지는 한국 대중문화에서도 특별한 장소입니다. 특히 2003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올인의 주요 촬영지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촬영 세트로 지어진 ‘올인하우스’는 이후 관광 명소로 활용되며, 작품 팬들에게 여전히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자연과 대중문화의 연결 덕분에 섭지코지는 국내외 방문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목적지가 되었습니다.

섭지코지 둘러보기

대표 산책로는 약 1시간 30분 코스(지도)로, 유채밭과 화산 절벽, 역사 유적을 아우르며 붉은오름 정상의 등대에서 여정을 마칩니다. 길은 비교적 평탄하고 접근성이 좋지만, 일부 고르지 않은 구간이 있어 단단한 워킹화를 권장합니다.

방문 정보

  • 입장료: 무료
  • 주차요금: 최초 30분 1,000원, 이후 15분마다 500원(최대 3,000원)
  • 운영 시간: 연중무휴, 입장 시간 제한 없음
  • 접근성: 자가용 접근이 쉽고 주차 공간이 넉넉합니다. 대중교통 이용 시 성산일출봉 정류장에서 하차 후 짧게 택시 이동하면 편리합니다.